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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걸으면 행복해지는 지리산(智異山) 둘레길 조영석 -29(끝)
등록일 2022.12.24 조회수 774

숲에서 나를 보고 내게서 숲을 보는 길이었다. 하지만 편린(片鱗)들을 모아 글로 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둘레길의 고개를 넘는 일보다 힘들었다. 구간(區間)이 늘어나고 시간(時間)이 지날수록 발은 숲길에 익숙해졌으나 그럴수록 글은 낯설지 못하니 애달았다. 문장(文章)이 되지 못한 단어(單語)들이 어지러히 휘날렸고 휘날리는 단어(單語)들을 문장(文章)으로 잡지 못한 날에는 책상(冊床) 앞의 손이 산길의 발보다 더디었다.

 

숨탄것 : 생명을 가진 동물의 통칭.

애달다 : 몹시 신경 쓰여 속이 달아오르다.

어지러이 : 혼란하고 어지럽게, 질서가 잡히지 않고 어수선하게

 

지금 이 순간(瞬間)에도 문장(文章)으로 잡히지 않은 단어(單語)들이 슬라이드 사진(寫眞)처럼 계곡(溪谷)의 물소리로, 칡꽃의 향기(香氣), 긴장(緊張)했던 멧돼지의 흔적(痕迹)으로, 용서(容恕)가 서러운 방곡마을의 한()으로, 하동터미널의 비릿한 재첩국물로 날린다.

 

이제 둘레길의 시간(時間)은 내 안에서 맑고 깊은 강줄기 하나 이뤄 바다로 가고 있다. ()은 흐르고 흘러 전설(傳說)이 될 것이다. 그 시간들의 축복(祝福)에 감사(感謝)한다.

 

둘레길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 다음 이정목(里程木)30여분 나타내지 않으면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잠시 행운(幸運)의 길을 맛보고 있다고 여기면 된다. 둘레길에서는 길 잃을 권리(權理)가 있고 길 잃음은 특별(特別)한 이에게만 덤으로 주어지는 행운(幸運)이다. 둘레길에서는 헤매는 발길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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