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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걸으면 행복해지는 지리산(智異山) 둘레길 추천사 by 김종-4
등록일 2022.12.24 조회수 761

둘레길을 읽다 보면 여러 지명(地名)들이 여름밤의 미리내처럼 눈빛을 반짝이며 사유(思惟)의 길목을 밝혀 준다. 당장 짐을 싸서 작가(作家)가 걸었던 길을 햇살과 달빛과 별무리 그리고 바람과 들꽃 향기(香氣)와 물소리와 새와 짐승들을 고스란히 만나고 싶다.

 

대자연(大自然)이 품속처럼 오므린 첩첩산중(疊疊山中)은 역사(歷史)의 시간(時間)에도 첩첩산중(疊疊山中)이다. 역사(歷史)의 골짜기에 슬픔과 미망(未忘)의 세월(歲月)이 멈춘 채로 말라붙어있다. 지금도 흐르지 못하는 아픈 이야기들이 계곡(溪谷)의 웅덩이마다 진물로 고여 있다. 역사(歷史)의 시간(時間)은 이리 아픈 생채기로 남아 우리들의 상상(想像) 중에 슬픈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지리산은 수도승(修道僧)의 장삼(長衫) 자락처럼 구름자락을 어깨 위에 걸치고 앉아 깊은 명상(冥想) 중에 말이 없다.

 

상채기=생채기 : 손톱 따위로 할퀴거나 긁혀서 생긴 상처

장삼(長衫) : 승려의 웃옷, 길고 품과 소매가 넓다

 

처형장(處刑場)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떨던 시대에 피워보지도 못한 열아홉 꽃봉오리가 끌려가면서 부르는 노래는 그대로 목에서 넘어오는 선홍의 핏덩어리다.

 

발은 빠르고 눈은 게으르다는 말이 있다. 눈은 항시 먼 곳을 보지만 걷는 일에서는 한 발자국도 대신 좁힐 수가 없고 종국(終局)에는 먼저 포기(抛棄)하게 만드는 것도 눈이다. 길을 멈추고 뜯어 문 꽃잎 하나가 온몸으로 퍼지면서 봄이 기어코 작가(作家)의 몸 안에서 자지러졌다.

 

자지러지다. : 몹시 놀라 몸이 주춤해지면서 움츠러들다.

 

연극(演劇)은 타인(他人)의 말과 몸짓을 흉내 내고 실시간(實時間)으로 휘릭 지나간다. 소설(小說)은 타인(他人)의 목소리로 의식(意識)과 사건(事件)을 흉내 내고 읽는 이는 낱말 하나에 머물기도 하고 지나갔다 돌아오기도 한다. 소설(小說)을 자연스럽게 쓰기가 연기(演技)를 그럴듯하게 하기보다 그 점에서 어렵다. 내용(內容)은 차치(且置)하고 텍스트가 나하고는 겉돈다. 서술자(敍述者)의 의식(意識)의 흐름 속으로 술술 흘러 들어가 동일시(同一視) 되지 않는다.

 

차치물론(且置勿論) : 내버려 두고 문제 삼지 아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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