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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무엇이든 쓰게 된다. by 김중혁-24
등록일 2023.01.13 조회수 972

()와 벌()’의 라스꼴리니코프는 겨우 두 발만 디딜 수 있는 높은 절벽(絶壁)에서 영원(永遠)한 암흑(暗黑), 영원(永遠)한 고독(孤獨), 영원(永遠)한 폭풍(暴風)에 둘러싸여 살지라도 지금 죽는 것보다는 사는 편이 더 낫다.”라고 하였다.

 

올리버 색스는 생애(生涯)를 되돌아보니 마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風景)처럼 죽음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했다.

 

삶의 모든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스쳐 지나간다. 아마도 삶은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죽음에 초연(超然)하다는 것은 세상(世上)을 더 넓고 크게 들여다보는 기회(機會)일 것이다. 죽음이 우리에게 너무 멀리 있으면 우리는 삶에 무관심(無關心)하게 될 것이고, 죽음이 우리 곁에 너무 가까이 있으면 우리는 삶에 초연(超然)하게 될 것이다. 죽음과 적당(適當)한 거리(距離)를 유지(維持)할 때 우리는 삶과 죽음을 동시(同時)에 사랑하지 않을까. 죽음은 우리 등에 붙어 있는 그림자 같은 것이다. 잘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함께 있고 손으로 더듬어 보면 미묘(微妙)한 흔적(痕迹)은 있지만 실체(實體)를 확인(確認)할 길은 없다.

 

()이란 대화(對話)의 시작(始作)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죽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오래된 글을 읽고 생각을 시작(始作)하면 우리는 대화(對話)를 시작(始作)하는 것이다. ()이 묻고 내가 대답하고 내가 묻고 책()이 대답한다. 글쓰기는 가장 적극적(積極的)으로 죽은 사람과 대화(對話)하는 방식(方式)이다. 수많은 책()을 읽은 후 책()을 쓴다. 과거의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 내 이야기를 섞는다.

 


올리버 색스는 자서전(自敍傳)에서 글쓰기는 만족감(滿足感)과 희열(喜悅)을 가져다 준다. 그 어떤 것에서도 얻지 못할 기쁨이다. 주제(主題)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나를 어딘가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잡념(雜念)이나 근심 걱정 다 잊고 시간(時間)의 흐름조차 잊은 채 오로지 글쓰기 행위(行爲)에 몰입(沒入)하는 곳으로 간다. 좀처럼 얻기 힘든 그 황홀(恍惚)한 경지(境地)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쉼없이 써 내려간다. 그러다 종이가 바닥나면 그제야 깨닫는다. 날이 저물도록 하루종일 멈추지 않고 쓰고 있었음을 ...

 

평생 글을 써왔지만 글쓰기는 해도 해도 새롭기만 하다. 변함없이 재미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始作)하던 70년 전 그날처럼... 내가 대화(對話)를 나눌 사람은 무한(無限)하다. 질문(質問)을 던진 다음 책()에서 답()을 찾을 것이고, ()에서 읽는 질문(質問)의 대답(對答)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생각할 것이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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