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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책 읽기) 회색사랑(저자 윤창식)-26
등록일 2022.12.16 조회수 621

강정옥은 정말이지 자신(自身)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자신(自信)없어 하는 창현의 모습에 절망(絶望)했으나 윤혜경의 도움으로 7개월 된 아이를 광주(光州) 동명동(東明洞) 형제고아원(兄弟孤兒院)에 맡기고 나오며 울지 않았다. 강정옥은 그날 밤 바로 서울행 열차(列車)에 몸을 실었다. 유난히 정한(情恨)이 많게 생긴 정옥에게 혜경이가 내뱉은 '독한 년'이라는 세 음절(音節)이 무궁화호(無窮花號) 열차(列車) 바퀴소리에 감겨왔다가 스러지곤 했다. 서울에 올라왔으나 정해진 수순(手順)은 없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노래가 그녀를 구원(救援)해줄 거라는 믿음만은 굳건했다.

 

"지배인(支配人), 오랜만이네요. 저 난초(蘭草)예요. 강난초."

"! 난초(蘭草). 어찌 된 거야? 연락(連絡) 한번 없더니. 난 죽은 줄 알았지. 세상(世上) 인연(因緣)을 그렇게 쉽게 팽개치면 못 쓰지."

"죄송해요. 말 못할 사정(事情)이 좀 있었어요."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말 못할 사정(事情)이라면 굳이. 난초씨 내가 개업(開業)2번지(番地) 스탠드바로 바로 올 수 있나? 신림동 난곡시장 뒤편에 있지롱. 하하."

 

2번지(番地) 스탠드바라는 말에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1번지(番地)가 있으면 2번지(番地)도 있는 것 아녀?“

 

그 바닥에서 닳고 닳은 지배인이었으나 그 사람은 악()한 구석은 별로 없는 호인(好人)이었고 유머도 제법 갖추고 있었다. 정옥은 속으로 인생(人生)이 한 순배(巡杯) 더 돌면 3번지 스탠드바도 생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얼마 만에 웃어보는 웃음이던가.

 

창현은 작곡가(作曲家) 겸 가수(歌手)로 꽤나 인기(人氣)가 높던 장조욱을 알게 된 것을 하느님의 뜻이려니 생각했다. 창현은 입학(入學) 동기생(同期生) 조욱을 교회음악개론(敎會音樂槪論) 시간(時間)에 처음 만나 이런저런 교유(交遊)를 맺어오던 중 조욱이 자기보다 두 살 위로 고향(故鄕)은 무안(務安)에 있는 회산백련지(回山白蓮池) 근처 마을이라는 사실(事實)도 알게 되었다.

 

"조욱이 형()! 뽕짝 <고목나무에 물오를 때>로 한참 날리던 시절(時節) 이얘기를 해줘봐..

"뭐여? 나는 이제 속세(俗世)하고는 인연(因緣)을 끊었다.(으흠)"

"아니 속세(俗世)와 인연(因緣)? 무슨 월출산(月出山) 자락 무위사(無爲寺) 스님이라도 되려고 시방?(푸웃)"

"그나저나 창현이 넌 신춘문예(新春文藝) 준비(準備)는 잘 되어 가냐?"

"그러지 말고, 재밌는 연예인(演藝人)의 세계(世界) 살짝만 들쳐 주라니께."

짜식 되게 보채네. 신성(神聖)한 신학대(神學大) 캠퍼스에서 할 소리냐?"

"아따 빼기는. 다 사람 사는 세상(世上) 아녀?"

"말도 마라. <기다리게 하지마>로 그해 MBC 10대 가수(歌手)로 뽑히고 하루아침에 유명(有名)해지니까 집으로 여성(女性) 팬들이 찾아오지, 전화(電話)로 진하게 구애(求愛)를 하질 않나. 남진 나훈아도 안 부럽더라고 으흐흐.”

"그 천상(天上)의 세계(世界) 화려(華麗)한 불빛을 마다하고 어찌하여 가시밭길 골고다 언덕을 오르려 하느뇨?"

"지금 너, 날 놀리면서 시() 읊조리는 거냐? 너 같은 싯발 갖고는 신춘문예(新春文藝)는 택도 없어야."

"시팔이라고?"

"그래 임마 싯발, ()의 힘도 모르냐? ()를 쓴다는 놈이 하하."

"! 그렇게 깊은 뜻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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