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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책 읽기) 회색사랑(저자 윤창식)-30
등록일 2022.12.16 조회수 639

", 오늘은 성진중학교 제23회 동창회(同窓會) 날입니다. 중학교(中學校) 교문(校門)을 떠난 지 실로 30년만입니다." 유장식의 감회(感懷)어린 사회(社會)로 동창회(同窓會)는 시작되고 있었다. 열서너 명의 중년(中年) 남녀(男女)들은 꿈을 꾸듯 모여 앉았다.

 

실로 : 사실 그대로 아주

 

"오늘 특별히 기뻐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강정옥의 노래 음반(音盤)이 제작되어 나왔습니다. 타이틀곡은 '난초꽃은 피는데'랍니다. 앞으로 많이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요, 음반(音盤)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迂餘曲折)이 참 많았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호프 대기만성(大器晩成)의 화신(化身) 하대성 동문(同門)의 도움이 제일 컸습니다.”

 

정옥은 약속(約束)대로 스탠드바를 그만두고 송창현이 목사(牧師)가 될 때까지 다도해(多島海)슈퍼를 맡기로 하고 비로소 창현이와 살림을 차리게 되었다. 강정옥은 다도해(多島海) 슈퍼 진열장(陳列欌) 위에 놓인 라디오에서 자신(自身)의 노래 <난초꽃은 피는데>가 흘러나오자 딸내미가 가수(歌手) 되는 것도 못 보고 세상 뜬, 물레방앗간 아버지가 먼저 떠올라 또 눈물짓는다. 하필(何必)이면 그 계절(季節)이었을까. 삼년(三年) () 꼭 이맘때 정옥은 고향(故鄕)집 뒤뜰에서 난초(蘭草)꽃 몇 송이를 수습(收拾)하여 아빠의 무덤 앞에 놓아두고 그저 눈물로 돌아서지 않았던가.

 

외팔이 송창현은 목사(牧師)가 되어 성남시(城南市)에서 양무리교회를 개척(開拓)하였고 유장식은 고향(故鄕) 가까이에 있는 대학의 국제정치학(國際政治學)과 정교수(正敎授)가 되었다. 둘은 이미 사십(四十) 중반(中盤)의 나이를 넘길 무렵이었다. 목사(牧師)의 사모(師母)가 된 강정옥은 이제 자기 노래는 좀처럼 매스컴에서 들을 수 없었으나 해마다 난초(蘭草)꽃은 마음속에서 무던히도 피어나곤 하였다. 천사표(天使標) 윤혜경은 구순(九旬)을 넘긴 전설(傳說)'맬장시' 최분순 여사(女史)를 모시고 계절(季節)마다 자그마한 텃밭을 가꾸고 있었다.

 

유장식은 전라도(全羅道) 영암(靈巖)의 대불산단(大佛産團)에 입주(入住)()삼호전자 인사팀으로부터 베트남의 하노이 산업연수단(産業硏修團)을 위한 특별강연(特別講演)을 해달라는 요청(要請)을 받고 무척 마음이 설레었다. 강의(講義) 제목(題目)"한국(韓國)과 베트남의 경제(經濟) 외교적(外交的) 역학관계(力學關係)였다. 유장식 교수(敎授)는 다른 어떤 강연(講演)보다 정성(精誠)을 기울였고 송창현 목사(牧師)로부터 몇 마디 베트남 말을 배워가기도 했다.

 

강연장(講演場)에는 30세 전후(前後)의 베트남 청년(靑年)들이 예의 검고 깊은 눈을 반짝이며 앉아 있었다. 통일(統一) 베트남은 비록 사회주의(社會主義) 국가(國家)이지만 과감(果敢)한 개혁(改革) 개방(開放)을 표방(標榜)한 도이모이(Doimoi) 정책(定策)으로 서방(西方)의 신자본주의(新資本主義)를 별 거리낌 없이 수용(受容)하고 있었다.

 

그러자 베트남 연수생(硏修生)들은 일제히 "선생님 감사합니다. 반갑쑵니다." 한국어(韓國語)로 공손(恭遜)히 인사(人事)를 하는 것이었다.

 

연수생(硏修生)들은 한국(韓國)에 오기 전()에 기초적(基礎的)인 한국어(韓國語)를 익히고 대한민국(大韓民國)의 문화적(文化的) 특성(特性)에 대해서도 나름 교육(敎育)을 받은 듯했다. 유장식은 한국(韓國)과 베트남은 모두 외세(外勢)의 지배(支配)를 받았고 남()과 북()으로 갈려 같은 민족(民族)끼리 전쟁(戰爭)을 겪은 아픔이 있다는 공통점(共通點)을 언급(言及)하며 강연(講演)을 시작(始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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