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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유혹(誘惑)하는 글쓰기(스티븐 킹著) 김진준譯-2
등록일 2022.12.17 조회수 662

문단(文段)은 내용(內容)에 못지않게 생김새도 중요하다. 문단(文段)은 작가(作家)의 의도(意圖)를 보여주는 지도(地圖)이기 때문이다. 문단(文段)에는 주제문(主題文)이 있고 부연(敷衍) 설명(說明)이 뒤따른다. 문단(文段)은 작가(作家)가 주제(主題)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도와주는 안내자(案內者) 구실도 한다.

 

글이란 다듬어진 생각이다. 갈팡질팡하면 안 된다. 논리정연(論理井然)해야 한다. 많은 글을 쓰다 보면 문단(文段)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막상 글을 쓸 때는 문단(文段)을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맺을지 잘 모른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요령(要領)이다. 나중에 마음에 안 들면 고치면 된다. 그래서 수정작업(修整作業)이 있다.

 

독자(讀者)는 바보가 아니다.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눈치껏 알아먹는다. 불필요(不必要)한 말은 생략(省略)해야 한다. 말을 인용(引用)할 때 화자(話者)가 누구인지 굳이 설명(說明)하지 않아도 된다. 어법(語法)에 어긋나도 실감(實感)나게 쓰면 된다. 문단(文段)이 편하게 흘러가야 한다.

 

글의 전개(展開)와 리듬에 따라 문단(文段)의 시작과 끝이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남용(濫用)하면 곤란(困難)하겠지만 때로는 미완성(未完成) 문장(文章)이라도 멋진 효과(效果)를 거둘 수 있다. 미완성 문장은 글의 흐름에 변화(變化)가 생기고 묘사(描寫)도 간결(簡潔)해지고 이미지도 더욱 선명(鮮明)해지고 긴장감(緊張感)도 고조(高潮)된다.

 

문법적(文法的)으로 올바른 문장(文章)만 연달아 쓰다 보면 글이 너무 딱딱해져서 유연성(柔軟性)을 잃게 된다. 날마다 구두 신고 넥타이를 매고 딱딱하게 글을 쓸 필요(必要)가 없다. 글의 목표(目標)는 정확(正確)한 문법(文法)이 아니라 독자(讀者)에게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가능(可能)하면 자기가 소설(小說)을 읽고 있다는 것조차 잊게 몰입(沒入)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글은 짧게 써야 한다. 짧은 한 문장(文章)은 글보다는 말에 가까워서 좋다. 딱딱한 글보다는 부드러운 말이 좋다. 좋은 말솜씨는 매력적(魅力的)인 글쓰기이다. 독자(讀者)를 유혹(誘惑)해야 좋은 글이다.

 

문장(文章)의 구성(構成)은 자신의 머리에서 들려오는 장단(長短)에 따라가면서 쓰면 된다. 이런 장단(長短)은 작가(作家) 고유(固有) 필적(筆跡)과도 같은데 수천 시간(時間)에 걸쳐 글을 쓰고 수만 시간(時間)에 걸쳐 남들이 쓴 글을 읽어본 후에 얻게 되는 결과(結果).

 

문장(文章)이 아니라 문단(文段)이 글쓰기의 기본(基本) 단위(單位). 문단(文段)에서 의미(意味)의 일관성(一貫性)이 시작되고 낱말들이 비로소 단순한 낱말의 수준(水尊)을 넘게 되고, 그 순간 글은 생명력(生命力)을 갖는다. 문단(文段)은 낱말 하나로 끝날 수도 있고 때로는 몇 페이지에 걸쳐 길게 이어질 수도 있어서 융통성(融通性)이 많다. 글을 잘 쓰려면 문단(文段)을 잘 이용하는 방법(方法)을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많은 연습(練習)이 필요(必要)한데 장단(長短)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을 들고 넘겨만 봐도 문단(文段)의 배치(排置)를 통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인지 쉽게 읽을 수 없는 책()인지 알 수 있다. 빽빽한 책()과 헐겁게 써진 책()이 있다. 또 책()의 두께 무게를 통해 작가(作家)가 그 작품(作品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精誠)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고, 독자(讀者)가 그 작품(作品)을 소화(消化)하려면 또 얼마나 많은 정성(精誠)을 기울여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물론 길이와 무게가 작품(作品)의 우수성(優秀性)을 보장(保障)하는 것은 아니다. 쓰레기 같은 대하소설(大河小說)도 많다. 또한 짧다고 무조건(無條件)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정성(精誠)의 문제(問題)를 소홀(疏忽)히 할 수는 없다.

 

낱말에도 무게가 있다. 낱말들이 모여 문장(文章)을 이룬다. 문장(文章)들이 모여 문단(文段)을 이룬다. 때로는 문단(文段)들이 살아 숨쉬기도 한다. 하나의 소박(素朴)한 낱말이나 문단(文段)에서 실감(實感)나는 장면(場面)이 펼쳐지며 독자(讀者)들을 빠져들게 할 수 있다. 낱말이 숨을 쉬고 낱말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

 

처음부터 전문가(專門家)가 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어떤 분야(分野)든지... 수많은 계획(計劃)과 시도(試圖) 끝에 단계적(段階的)으로 이루어진다. 벽돌담을 어떻게 쌓는지 생각해 보라. 글도 한 번에 한 단어(單語) 한 문장(文章)씩 써 가야 한다.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들고 멀리 보여도 한 걸음씩 가다 보면 도달(到達)한다. 많은 사람이 산의 정상(頂上)을 밟는다. 글도 한 걸음씩 써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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