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약관 보기
개인정보 보기

책 읽기(독서)

글 정보
제  목 걸으면 행복해지는 지리산(智異山) 둘레길 조영석 -4
등록일 2022.12.18 조회수 722

길은 어떤 사람에게는 선택(選擇)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운명(運命)이다. 선택(選擇)의 길과 운명(運命)의 길이 충돌(衝突)하면서 그 길에 목숨을 걸었던 사내들도 있다. 첫걸음부터 그들의 거친 숨결이 살아있는 역사(歷史)의 현장(現場)과 맞닥뜨리게 된다.

 

목숨 : 살아가는 원동력, 숨을 쉬는 힘

목숨을 도모하다. : 죽을 지경에서 살 길을 찾다.

 

도모(圖謀) : 어떤 일을 이루려고 수단과 방법을 꾀함

운명(殞命) : 사람의 목숨이 끊어짐, 죽음

 

험상(險狀)궂으면서도 익살스러운 장승들이 서로 마주 보고 서 있고, 한걸음 건너 왼편에는 비석(碑石)들이 사열(査閱)을 기다리는 병사(兵士)처럼 도열(堵列)해 있다. 남편(男便)은 마을 동쪽의 허()한 곳을 지키고, 아내는 서쪽의 악()한 기운(氣運)을 누른다. 운봉(雲峯)의 돌장승은 역사(歷史)와 지리적(地理的) 환경(環境)이 낳은 산물(産物)이다.

 

도열(堵列) : 많은 사람이 죽 늘어서 또는 그런 대열(隊列)

 

오랜 세월(歲月) 말 달리는 소리가 고원(高原)의 바람 소리를 대신(代身)했다. 평안(平安)을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念願)은 간절(懇切)했고 그 간절함이 돌장승으로 표현(表現)되었다. 돌장승은 이웃과 형제(兄弟)가 관군(官軍)과 농민군(農民軍)으로 징집(徵集)돼 서로의 목숨을 빼앗아야 했던 기구(崎嶇)한 운명(運命)들이 하늘에 올린 기도문(祈禱文)이다.

 

베이고 끌려가며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주린 배를 달래야 했던 백성(百姓)들의 눈물이다. 세월(歲月)가 흘러도 분노(憤怒)는 남는가? 억압(抑壓)과 모순(矛盾)을 뚫고 새로운 세상(世上)을 열고자 했던 사람들이 운봉(雲峰)을 무대(舞臺)로 삼아 한 판 승부(勝負)로 맞부딪힌 것이다.

목숨 : 살아가는 원동력, 숨을 쉬는 힘

목숨을 도모하다. : 죽을 지경에서 살 길을 찾다.

 

도모(圖謀) : 어떤 일을 이루려고 수단과 방법을 꾀함

 

10리가 넘도록 샛길 없는 외길로 이어진다. 람천의 둑방길은 경운기(耕耘機)가 다닐 만큼 넓어 가족(家族) 단위로 걷기에 적합(適合)하다. 찔레꽃 머리의 햇살은 창끝처럼 따갑게 온몸의 세포(細胞)를 파고든다. 람천에서는 배부른 오리들의 한가(閑暇)한 자맥질이 심심찮다. 정수리 위에서 내리쬐는 한낮의 태양이 만든 어린애 같은 내 그림자와 함께 걷기를 한 시간 남짓 둑방길이 끝난다.

 

자맥질 : 물속에서 팔다리를 놀리며 떴다 잠겼다 하는 짓

외길 1. 단 한 군데로만 난 길. 2. 한 가지 방법이나 방향(方向)에만 전념하는 태도.

 

정수리 1. 머리 위의 숫구멍이 있는 자리. 2. 사물의 제일 꼭대기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바위는 붉은 핏자국으로 얼룩진 채 수백 년 전의 사건(事件)을 뚜렷이 기억(記憶)하고 있다. 인월(引月)이라는 지명(地名)은 달을 뜨게 해달라는 이성계(李成桂)의 기도(祈禱)에서 유래(由來)한다. 피바위의 피의 흔적(痕迹)은 소름 끼칠 만큼 사실적(事實的)이다. 엄연한 사실(事實)에 무심한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전설이 되었다. 피바위에 서면 바위를 흥건히 적셨던 피가 금세라도 다시 흐를 것 같다. 신음(呻吟) 소리와 피비린내가 진동(震動)하는 듯하다.

 

엄연(儼然)하다 1. 사람의 겉모양이나 언행이 의젓하고 점잖다. 2. 어떠한 사실이나 현상이 부인할 수 없을 만큼 뚜렷하다.

 

왜구(倭寇)라는 이름으로 이국(異國)의 낯선 땅에서 원귀(冤鬼)가 된 그들의 영혼(靈魂) 또한 이제는 편히 쉬기를 바랄 뿐이다. 황산대첩(荒山大捷)은 이성계의 명성(名聲)이 고려(高麗) 땅에 울려 퍼지는 계기(契機)가 되었다. 피바위는 조선 건국의 계시(啟示)이자 시발(始發)점이다.

 

왜구(倭寇) ; 13~16세기 일본 해적

원귀(冤鬼) : 원통하게 죽은 귀신

 

황산대첩(荒山大捷) : 1378(우왕4)년에 이성계가 삼도 도순찰사로서 전라북도 남원군 황산(荒山)에서 왜구를 크게 쳐부순 싸움.

 

부끄러운 역사를 정()으로 쪼아 없앨 수 있다고 믿는 일본이다. 일제(日帝)의 어리석음은 위안부(慰安婦) 문제에서는 정()에서 돈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민초(民草)들의 아픈 역사(歷史)가 아로새겨진 운봉(雲峰)은 동편제(東便制)의 발현지이자 거문고 가락의 본산지이기도 하였다. 아픔이 상처(傷處)로 남으면 원한(怨恨)이 되지만 아픔이 노래가 되면 치유(治癒)가 되는 법이다. 운봉(雲峰)의 지리산(智異山) 둘레길은 아픔을 치유로 바꾸는 길이다.

 

발현되다(發現되다/發顯되다) 1. 속에 있거나 숨은 것이 밖으로 나타나다. 2. 속에 있는 것이 어떤 모습이나 결과로 나타나다.

 

글 정보
이전글 걸으면 행복해지는 지리산(智異山) 둘레길 조영석 -5
다음글 걸으면 행복해지는 지리산(智異山) 둘레길 조영석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