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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걸으면 행복해지는 지리산(智異山) 둘레길 조영석 -5
등록일 2022.12.18 조회수 718

판소리의 중시조(中始祖)로 추앙(推仰)받는 송흥록(宋興祿, ?~?)은 귀신(鬼神) 울음소리를 내는 귀곡성(鬼哭聲)과 가장 느린 장단인 진양조를 완성(完成)했다. 국악계(國樂界)는 송흥록으로 인해 판소리의 표현력(表現力)이 증대(增大)되고 민속(民俗) 예술(藝術)로 발전(發展)하는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평가(評價)한다.

 

신재효(申在孝, 1812~1884)는 송흥록의 노래 솜씨를 당나라 시인 이태백(李太白)에 비유(比喩)했다.

 

마을 어귀 당산나무 그늘 아래 앉아 한 줄기 바람으로 창살 같은 햇볕을 털어냈다. 송흥록의 생가(生家)에서는 기계음(機械音)의 판소리 한가락이 끊어질 듯 이어지며 귓전을 파고든다.

 

저수지(貯水池) 물 위에 드리운 산 그리메가 세()를 잃은 햇살을 받아 서늘하다. 길 양편 오리나무의 호위(護衛)를 받으며 고개를 오르는데 저만큼 은사시나무 몇 그루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건넨다. 해는 서산(西山)으로 기울고 내 그림자만 훌쩍 컸다. 인월(引月)이 멀지 않음이리라.

 

그리메 : 그림자의 옛말

 

외부(外部)의 벽화(壁畫)는 무대(舞臺)의 스크린처럼 카페와 2인칭으로 만나고, 내부(內部)의 서양화(西洋花)는 키 작은 의자와 함께 1인칭이다. 수면제(睡眠劑)로 맥주 딱 한 병은 약속(約束)이 아니라 명분(名分)이었고 결과는 기망(欺妄)이었다. 맥주병에 별이 떨어지고 그 술병이 바람에 쓰러질 때쯤 합석(合席)했던 주인이 약초(藥草)로 담근 더덕주 등 담금주를 가져왔다. 어둠은 취기(醉氣)와 함께 깊어졌고, 별들은 지리산(智異山) 밤하늘을 수놓았다.

 

고즈넉 : 고요하고 아늑하다. 잠잠하고 다소곳하다

함초롬히 : 담뿍 젖어있거나 어떤 기운이 서려있는 모양이 차분하고 곱다.

 

기망(欺妄) : 남을 그럴듯하게 속임

 

야관문(夜關門) 막걸리 한 병에 제동(制動)을 걸었어야 했다. 어둠은 스물스물 다가왔지만 잠은 멀었고 건너편 울타리 없는 야외(野外) 카페는 고즈넉했다. 홀로 가는 여행객(旅行客)에게 거부(拒否)하기 힘든 유혹(誘惑)이었다. 카페의 도회풍(都會風) 색체(色滯)는 산골 마을과 낯선 조합(組合)이면서 잘 어울렸다.

 

스물스물 = 스멀스멀

고즈넉하다 : 한적하고 아늑하다. 조용하고 다소곳하다.

색체(色滯) : 화색(和色)이 없는 얼굴

 

전날 예정(豫定)에 없던 이벤트로 인해 사나워진 위장(胃臟)을 청국장(淸麴醬)으로 달래며 예정(豫定)보다 1시간 늦은 아침 8시에 등산화(登山靴) 끈을 조여 맸다.

 

제방(堤防)길 벚나무에는 폭죽(爆竹)처럼 터지던 꽃잎의 추억(追憶)이 까맣게 열리고 함천의 물안개는 아침 햇살에 몸을 풀었다. 마을은 소담한 벽화(壁畫)와 함께 서울 북촌(北村) 한옥(韓屋) 마을 일부를 옮겨놓은 듯한 까만 기와집들이 고풍(古風)스레 자리하고 있다. 마당엔 잔디가 깔리고 곳곳에 수선화(水仙花)와 철쭉 등의 화초(花草)가 할머니의 쪽진머리처럼 잘 가꿔져 있다.

 

쪽진머리 : 시집간 여자가 땋아서 틀어 올려 비녀를 꽂은 머리

소담스럽다 : 생김새가 탐스러운 데가 있다. 음식이 풍족하여 먹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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