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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걸으면 행복해지는 지리산(智異山) 둘레길 조영석 -10
등록일 2022.12.18 조회수 767

지리산(智異山) 둘레길 연재(連載)를 시작하면서 한 걸음도 빠뜨리지 않겠다고 약속(約束)했었다. 약속(約束)을 지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길은 휘어지면서 가파르게 오른다. 힘든 길이 자꾸만 오던 길을 되돌아보게 한다. 뒤돌아선 시야(視野)에는 경호강 물줄기가 여전한 흐름으로 달리고 발아래로 성당(聖堂) 십자가(十字架)와 함께 성심원 전경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성심원에는 연인원 2,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自願奉仕者)들이 고수련하고 있다. 성심원 빨간 지붕 위로 결 고운 솜털 구름이 흐른다. 길섶의 갈용은 머리를 치켜들어 무성(茂盛)히 달리고, 제철을 지나는 검붉은 산딸기는 혀끝에서 시큼하다.

 

고수련 : 앓는 사람의 시중(편의를)을 들어줌

길섶 : 길의 가장자리, 보통 풀이 나 있다.

 

갈용 : 칡순, 칡의 어린 순

갈용, 갈화, 갈곡, 갈근 : 계절(季節)마다 바뀌는 칡의 이름

 

된비알 길의 거리는 수치(數値)에 인색(吝嗇)하다. 구불구불 오르내리는 산기슭의 자드락길은 소나무가 장막(帳幕)으로 둘러서 짙은 그늘을 만들고 솔가리가 수북이 쌓여 걷기 편하다. 대개 그렇듯이 개발붐을 타고 땅값이 오르면서 원주민(原住民)은 대부분(大部分) 떠났다. 소위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된비알 : 몹시 험한 비탈

* 전망은 없고 바람도 없는 숲길 된비알은 정말 싫다.

솔가리 : 땅에 떨어진 맑은 솔잎

 

자드락 :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 갸드락, 겨들막

젠트리피케이션 :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재개발되어 새로운 중산층이 원주민을 대체(代替)하는 현상(現象)

 

길 왼편 고사리밭 너머로 웅석봉(熊石峰) 능선(稜線)이 아스라이 펼쳐지고 밭길엔 큰까치수염이 무더기로 꽃을 피워 고개 숙이고 있다. 꽃은 수백 개의 큐빅으로 장식한 강아지 꼬리를 닮았다. 꽃 이름에서 만나는 까치와 수염의 조합(組合)은 아무리 생각해도 풀 수 없는 이차방정식(二次方程式)이다. 가풀막지게 오르던 임도(林道)는 숨을 고른 뒤 한층 나긋해진다. 식수통(食水桶)인 수통(水桶)이 바닥을 드러내 마음속에 빨간 비상등(非常燈)이 깜빡이고 있어서 식수(食水)부터 챙겼다.

 

 

가풀막 : 몹시 가파르고 비탈지다.

가풀막지다 : 가파르게 비탈져 있는 눈앞이 아찔하고 어지럽다

나긋하다 : 상냥하고 부드럽다. 보드랍고 연하다. 은근(慇懃)하고 친밀감(親密感)이 있다.

 


어천(漁川) 계곡(溪谷) 상류(上流) 지점(地點)으로 가는 길은 둘레길 중 가장 힘든 길이다. 지난해 이 길을 가며 계곡물의 염도(鹽度)를 높였던 땀방울의 추억(追憶)을 기억(記憶)한다. 지난 길은 아득히 떨어지고 앞길은 벌떡 일떠선다.

 

일떠서다 : 기운차게 썩 일어나다, 일어서다 보다 결기가 있다.

 

곰바우 산은 지리산(智異山) 능선(稜線)을 조망(眺望)하기에 최고(最高)의 장소(場所). 최고는 지불(支拂)하는 대가(代價)도 최고를 요구(要求)한다. 산세(山勢)가 하도 가팔라 한번 가본 사람은 떨어져 죽은 것이 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돌비알 된비알의 치받이로 일어서는 웅석봉(熊石峰)은 고개마루에 가까워질수록 거칠게 나를 밀어낸다.

 

치받이길 : 비탈진 길에서 올라가는 방향(方向)으로 난 길

된비알 : 몹시 험한 비탈

* 전망은 없고 바람도 없는 숲길 된비알은 정말 싫다.

 

능선(稜線)마루 : 능선(稜線)의 마루

능선(稜線) : 산등성이를 따라 죽 이어진 선

 

돌비알 : 깎아 세운 듯한 돌의 언덕

 

 

발아래 있던 산길이 눈앞으로 제 몸을 들이대고 한번 일어선 길은 다시 드러누울 줄 모른다. 잠깐 쉬어 머리띠를 쥐어짜면 쏟아지는 땀방울이 한 됫박은 될 성싶다. 내리받이도 힘든지 하산하는 등산객(登山客)들이 어천(漁川) 계곡이 얼마나 남았느냐고 마주할 때마다 물어온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던 능선(稜線)은 빡센 오름 끝에야 고갯마루 정상(頂上)을 허락(許諾)한다. 더운 가슴에 기다리고 있던 바람이 달려와 안긴다. 완만(緩慢)한 내리막길이 그나마 위로(慰勞)가 된다. 오른쪽 발길 방향(方向)으로 능선(稜線)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달뜨기 능선(稜線)은 지리산(智異山) 치밭목 쪽에서 보면 달이 뜨는 능선(稜線)이라고 해서 빨치산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다. 눈이 시원하도록 검푸른 녹음(綠陰)에 뒤덮인 거산(巨山)이 바로 강 건너 저편에 있었다. 천지가 개벽(開闢)하여 온 세상(世上)이 물에 잠겼을 때 꼭대기에 달 하나 앉을만한 공간(空間)만 남았다고 해서 달뜨기 능선(稜線)이다.

 

능선(稜線)마루 : 능선(稜線)의 마루

능선(稜線) : 산등성이를 따라 죽 이어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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